| 월간 소상공인 테마칼럼 "배달 플랫폼에는 고객이 둘이다" |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6-06-05 / 조회수 : 274 |
|
배달 플랫폼에는 고객이 둘이다 1인 자영업자의 자리에서 본 양면시장의 건강성 글 박경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 골목 어귀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서울의 어느 골목, 다섯 평 남짓한 분식집 한 곳이 있다. 사장님은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해 육수를 끓이고, 밤 열한 시에 마지막 배달 주문을 보내며 하루를 닫는다. 주방장도, 홀 직원도, 배달 기사도 따로 두지 않는다. 한 사람이 주방장이고 동시에 홀 매니저이며, 마케팅 담당자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분류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곧 우리가 흔히 ‘1인 자영업자’라 부르는 그 한 사람이다. 이 한 사람이 한국에는 410만 명이 있다. 2026년 2월 기준 전국의 1인 자영업자는 410만 1천 명, 전체 자영업자 557만 명의 73.6%에 달한다. 자영업자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혼자 일하는 사장님’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경기도의 1인 자영업자는 무려 13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왔다. 한 분 한 분이 가게 문을 닫고 통계에서 빠져나갈 때, 그 자리에는 ‘임대 문의’ 스티커가 붙는다. 1인 자영업의 위기는 신문 경제면의 추상적 동향이 아니라, 골목마다 켜져 있던 불빛이 하나씩 꺼져가는 풍경 그 자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6년 4월에 발표한 「2025 자영업 실태조사」 분석 브리프는 이 풍경의 속살을 보여준다. 자영업 진입 동기 가운데 ‘생계형’이 6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취업의 길이 막힌 끝에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며 가게 문을 여는 분들이 우리 골목의 1인 자영업자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는 이들이 비생계형 창업자보다 더 길게 일하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낮고, 빚을 진 비중은 한참 더 높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주었다. 더 길게 일하고, 더 많이 빚지면서, 더 적게 가져가는 구조다. 이 풍경의 한복판에 배달 플랫폼이 있다. 두 고객, 두 운동장 - 양면시장의 본래 모습 배달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자.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음식점 사업자와 개인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에 있다. 양쪽 모두가 고객이다. 이 두 고객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플랫폼의 존재 이유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 부른다. 양면시장의 건강성은 양쪽 고객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한쪽 운동장에만 골대를 세우고 다른 쪽 운동장의 잔디는 짓밟히도록 방치하면, 결국 경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쪽에만 과도하게 투자하고 다른 쪽에서 비용을 짜내는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한쪽 고객의 박수를 받지만 길게 보면 운동장 전체를 무너뜨린다. 성경 열왕기상 3장에는 솔로몬의 유명한 재판 이야기가 나온다. 한 아이를 두고 두 어머니가 다툴 때, 솔로몬은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씩 가지라”고 명한다. 진짜 어머니는 차라리 아이를 포기하더라도 살리라고 외친다. 양면시장도 마찬가지다. 한쪽 고객에만 모든 혜택을 주고 다른 쪽 고객을 쥐어짜는 구조는, 결국 ‘아이를 둘로 나누는 칼’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한쪽이 이긴 듯 보이지만, 끝내는 양쪽 모두가 무너지는 길이다. 지금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 지금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바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들은 소비자 쪽에는 무료배달, 할인 프로모션, 멤버십 혜택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업자 쪽에 전가한다. 수수료 인상, 광고비 부담, 배달비 전가, 독점 협약 요구가 줄을 잇는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사업자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다. 필자의 연구팀이 수도권 음식점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매출은 분명히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매출이 늘었는데 통장 잔고는 줄어드는, 우리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전형이다. 매출액이라는 숫자는 분명히 커졌는데, 한 달 정산이 끝나고 손에 남는 돈은 더 줄어드는 그 답답함을 이미 많은 사장님이 몸으로 겪어왔을 것이다. 이 현상이 1인 자영업자에게 구조적으로 가장 깊이 노출되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본사라는 ‘조직적 완충 장치’가 있었다. 본사의 브랜드, 통합 마케팅, 표준화된 운영 매뉴얼이 작은 방패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1인 자영업자에게는 그 방패가 없다. 사장님 한 분이 협상자이면서 동시에 조리사이고, 동시에 배달 동선을 짜는 운영자다. 플랫폼과 마주 앉을 시간조차 없는 분들에게, 협상 테이블은 이미 너무 멀리 있다. 디지털 활용 격차도 같은 방향에서 작동한다. 같은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은 디지털을 활용하는 사업자일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지만, 동시에 음식·주점업의 경우 디지털 활용에 따르는 플랫폼 수수료·배달료 부담도 다른 업종보다 현저히 높다는 사실을 함께 짚었다. 디지털을 ‘써야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정작 그 디지털 비용이 영업이익의 우위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구조적 리스크’가 함께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진짜 문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 한쪽 끝에는 수십만 음식점이 있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1인 자영업자다. 이들은 각자 흩어진 채 플랫폼과 일대일로 교섭해야 한다. 다른 쪽 끝에는 수천만 소비자가 있고, 이들은 손가락 몇 번의 탭으로 플랫폼을 갈아탈 수 있다. 그 가운데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이 서있다. 이 구도에서 1인 자영업자의 협상력은 사실상 영(零)에 가깝다. 다윗이 골리앗 앞에 섰을 때, 다윗에게는 적어도 물맷돌 다섯 개와 사울 왕의 격려가 있었다. 그러나 골목의 사장님에게는 물맷돌 한 개도 주어지지 않은 채 거인 앞에 홀로 세워진 형국이다. ‘이번 분기부터 수수료를 0.5%포인트 올리겠습니다’라는 통보 앞에서, 거절할 수 있는 선택지는 ‘폐업’ 외에 무엇이 남는가. 문제는 이 불균형이 플랫폼 자신에게도 장기적으로 해롭다는 점이다. 영세 소상공인이 연쇄 퇴출되면 플랫폼에 입점할 양질의 음식점이 줄어들고, 결국 소비자 고객의 선택지도 좁아진다. 양면시장의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 운동장이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히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의 문제이기 전에, 플랫폼 기업 스스로의 전략적 실패이기도 하다. 18세기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은 공유지를 사유화해 단기적으로는 양모 생산을 늘렸지만, 농민들을 토지에서 내쫓으며 결국 사회 전체의 활력을 잠식했다. 짧게는 효율이었으나 길게는 비용이었다. 지금 배달 플랫폼이 사업자 고객의 수익성에서 단기 마진을 짜내는 구조는, 같은 의미에서 길게 보면 플랫폼 자신의 미래 입점 기반을 갉아먹는 ‘자기 기반 잠식’이 될 수 있다. 어떻게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인가 해법의 출발점은 사업자 고객에게 ‘합리적 교섭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1인 자영업자가 개별적으로 거인과 마주할 수 없다면, 함께 모여서 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수수료율이나 정산 조건 같은 거래조건을 집단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하되, 소비자 대상 가격을 공동으로 올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는 이원적 설계이다. 이 방향은 결코 한국만의 특이한 발상이 아니다. 미국은 100여 년 전인 1922년 ‘카퍼-볼스테드법(Capper-Volstead Act)’으로 농업 협동조합에 독점금지법 적용을 면제하면서도, 소비자 가격 담합은 엄격히 금지해 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2022년 9월 자영업자 단체교섭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플랫폼처럼 거래 상대방과 ‘협상력의 명백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 단체교섭에 경쟁법 집행을 면제하되, ‘소비자 대상 서비스 가격의 합의’는 그 보호 범위에서 제외했다. 거래조건 단체교섭은 보호하되 소비자 가격 담합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투 트랙’의 원형이 여기 있다. 양면시장의 균형 회복이 국제적으로 검토되어 온 흐름의 일부라는 뜻이며, 동시에 그 흐름이 소비자 후생을 결코 희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옛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1인 자영업자 한 분 한 분이 들기에는 무거운 종이도, 여럿이 함께 들면 들리는 법이다. 단체 협상력의 형성이란 바로 그 ‘함께 드는’ 합법적 권리다. 한 가닥 실은 손가락 하나로 끊을 수 있지만, 여러 가닥을 묶은 실타래는 그렇지 않다는 단순한 이치를 제도가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다만 교섭력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상공인이 협상을 요청해도 플랫폼이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단체의 교섭 요청에 대해 플랫폼이 성실하게 응해야 하는 의무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이 논의는 플랫폼 시장이 독과점 구조일 때 필요한 것이지, 플랫폼 간 경쟁이 충분한 시장에서는 소상공인이 더 나은 조건의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지 않다. 시장구조에 따른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더 큰 운동장을 만들자 - 가치 창출은 공동이다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것은 한쪽을 밀어내자는 뜻이 아니다. 더 큰 운동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합리적 교섭력을 갖춘 사업자 고객의 존재는 단기적으로 플랫폼에 부담이지만, 길게 보면 수수료 인상에만 기대는 손쉬운 수익 모델을 넘어 물류 혁신, 고객 가치 혁신, AI 기반 수요예측 같은 ‘진짜 경쟁력’으로 승부하게 만드는 건강한 자극제가 된다. 경영학의 가치망(value net) 이론은 한 기업의 가치 창출 구조를 고객·공급자·경쟁자·보완재(complementor) 사업자의 네 주체로 본다. 플랫폼 경제에서 입점한 1인 자영업자는 전형적인 ‘보완재 사업자’다. 보완재 없이는 플랫폼의 가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위대해진 것은 단지 애플의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라, 수십만 앱 개발자라는 보완재 사업자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배달 플랫폼이 위대해진다면, 그것은 알고리즘 때문만이 아니라 골목마다 자리 잡은 1인 자영업 사장님들의 음식과 손맛 덕분이다. 헨리 포드는 일찍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결정을 내리며, “자기 자동차를 살 수 있는 노동자가 있어야 자동차 시장도 큰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였지만, 길게 보면 자동차라는 시장 그 자체를 키우는 결정이었다. 양면시장도 다르지 않다. 플랫폼 위에서 ‘버틸 수 있는’ 1인 자영업자가 있어야, 플랫폼이 마주할 보완재의 다양성과 품질이 유지되고, 그 위에서 소비자 후생도 함께 자란다. 가치 창출은 공동의 작업이다. 가치 분배는 그 협상의 산물이어야 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는, 가치 창출의 토대 자체를 갉아먹는다. 이는 어느 진영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경영전략과 산업조직론이 오래 축적해 온 학문적 결론이다. 물론 이러한 처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반론들이 존재한다. 플랫폼의 혁신과 투자 유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사업자 부담 완화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배달비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본 글이 짚는 처방의 핵심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협상이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정비하는 데 있다. 가격·수수료의 수준은 여전히 양측의 협상에 맡겨진다. 단기 소비자 편익과 장기 시장 활력 사이의 균형점, 그리고 처방의 구체적 설계 조건은 학회·정부·소상공인 단체·플랫폼이 함께 모이는 토론 자리에서 정교화되어야 할 영역이다. 마치며 - 골목의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다시 새벽 다섯 시의 골목 분식집으로 돌아가 보자. 그 사장님이 오늘도 가게 문을 열 수 있도록, 내일도 육수를 끓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정부의 시혜도, 플랫폼의 자비도 아니다. 그것은 양면시장의 균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장 원리다. 플랫폼과 1인 자영업자가 함께 파이를 키우는 생태계, 그것이 양면시장의 본래 모습이며 지속가능한 플랫폼 경제의 조건이다. 1인 자영업자 410만 명이 흔들리는 풍경은 단순한 통계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생태계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한 사람의 폐업은 한 가구의 생계가 무너지는 일일 뿐 아니라, 한 골목이 잃어버리는 빛이고, 한 동네가 잃어버리는 정(情)이며, 결국 우리 모두가 잃어버리는 시장의 다양성이다. 이제 소모적 대립을 넘어 구체적 제도 설계의 논의로 나아갈 때다. 운동장을 평탄하게 다지는 일과 사다리를 다시 잇는 일은, 결국 같은 일의 두 측면이다. 1인 자영업의 한계는 결코 사장님 ‘개인의 무능’이 아니다. 한 사람이 마주하기에는 너무 거대해진 시장 구조의 함수다. 그 구조를 함께 손볼 때, ‘1인 자영업의 극복’이라는 화두도 비로소 답을 가질 수 있다. https://www.kfme.or.kr/magazine/magazine/magazine_view.php?idx=261 ※ 이 글은 필자 개인의 학술적 소견이며, 한국중소기업학회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
| 첨부파일 : |